영화 소개

용서받지 못한 자. 서부영화의 종언

영보고 2021. 11. 26. 14:18

영화-용서받지못한자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용서받지 못한 자. 서부영화의 종언

오늘 소개할 영화는 1992년 작 서부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입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주연까지 겸한 영화입니다. 혹자는 이 영화를 그의 자전적 영화라고 합니다. 서부영화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배우이다 보니 그의 마지막 서부영화를 자전적이라고 평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서부 영화하면 바로 떠오르는 인물입니다. 그중에서도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의 대명사입니다. 그가 처음으로 서부 영화에 출연한 것은 1950년대 후반 TV 시리즈 로하이드였습니다. 히트 드라마지만 주제곡이 더 유명했습니다. 지금도 유튜브 검색창에 로하이드를 치면 로하이드 주제곡이 먼저 뜹니다.  여하튼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로하이드에서 여러 카우보이 중 한 명으로 출연했습니다. 큰 비중은 아니지만 그나마 잘생긴 외모로 눈에 띄는 배우였습니다. 그렇다고 대중을 사로잡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당시는 연기력도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던 그가 빛을 본 것은 60년대 중반 이탈리아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를 만나고서입니다. 황야의 무법자석양의 무법자에서 주연을 맡은 그는 일약 스타가 됩니다. 찌푸린 얼굴, 시가를 입에 문 시니컬한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고 서부영화를 대표하는 배우가 되었습니다.

 

잠시 옆길로 샜지만,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면 데이브드 웹 피플스용서받지 못한 자 미완성 시나리오를 가지고 처음 찾은 사람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입니다. 코폴라는 당시 대부라는 작품으로 이미 명감독의 반열에 올라선 감독입니다. 그는 시나리오를 마음 들어 했지만 계약까지 가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피플스는 다시 시나리오를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가져갑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시나리오를 보자 바로 계약합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시나리오를 살 땐 그렇게 망설임이 없던 그가 정작 촬영은 10년을 기다렸다는 점입니다. 주인공 나이가 될 때까지 장장 10년을 말입니다. 단지 주연을 맡고 싶은 노욕이라 치부하기엔 너무 긴 시간이었습니다.  작품도 잘 만들었습니다. 자신만이 이 영화를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나 봅니다. 아무튼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는 서부영화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이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영화의 시작

1880년 와이오밍주 빅 위스키 마을,

어느 날 밤 한 여인의 비명이 빗속에 울려 퍼집니다. 성기를 보고 웃었다는 이유로 카우보이가 한 매춘부의 얼굴에 난도질을 합니다. 사고 친 카우보이들에게 보안관 리틀 빌은 포주에게 손해보상하라고 명령합니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인 매춘부에게는 아무런 보상도 없습니다.  보호는 둘째치고 보상도 받지 못한 그녀들은 돈을 각출해 카우보이 목에 현상금 1천 달러를 내겁니다.

장소가 바뀌고 은퇴한 무법자 윌리엄 머니의 돼지 농장이 나옵니다. 돼지 농장이라야 몇 마리 되지 않는 직은 농장입니다. 머니는 과거에 악명 높았던 총잡이지만 지금은 초라한 농부일 뿐입니다. 아내가 죽은 후 두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 젊은 총잡이 스코필드 키드가 찾아옵니다. 현상금 1천 달러가 걸린 카우보이를 처리하러 가자고 제안합니다.  머니가 거절하자 키드는 마음이 바뀌면 언제라도 따라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납니다.

 

영화 속  명장면

용서받지 못한자에는 명장면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몇 장면만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 보안관 리틀 빌 사무실 씬, 코믹하면서도 긴장감 넘기고 주제까지 함축한 명장면입니다. 

- 리틀 빌은 삼류 전기작가 보 챔프가 duke(공작)라고 부르는 잉글리쉬 밥을 duck(오리)이라고 비아냥거리고 그의 무용담은 부풀려진 거짓말이라고 말합니다.

- 보 챔프. 잉글리쉬 밥과 벌이는 신경전에서 리틀 빌이 얼마나 배짱이 있고 심리전의 고수인지 보여줍니다.

- 잘 짜인 시나리오가 어떤 것이고 또 그것을 소화해 내는 좋은 연기(진 해크먼)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멋진 씬입니다. 이런 씬을 보는 건 정말 즐거운 일입니다. 

★ 머니 일행이 카우보이를 원거리 저격 씬

서부영화에서 사람 목숨은 파리 목숨보다 가볍습니다. 너무 쉽게 죽이고 죄책감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릅니다. 네드 로건과 머니는 망설입니다. 저격 후 머니는 말없이 흙을 만지작거립니다. 복잡한 심경입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기 내공이 느껴지는 장면입니다. 

★  사실적 묘사가 돋보이는 마지막 총격 씬

액션에 중점을 둔 비현실적인 서부영화에 비해 매우 사실적인 액션씬입니다. 전기작가 보 챔프에게 한 리틀빌의 말처럼 목숨을 건 총격전에서 중요한 것은 빠른 것보다 침착하고 정확한 것입니다. 마지막 총격씬에서 영화는 머니가 얼마나 냉정하고 잔인한 인물인지 보여줍니다.  

 

리뷰

★  절제된 대사와 시나리오가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잘 쓴 시나리오가 어떤 것이지 시나리오 지망생이라면 참조할만한 영화입니다.

★  영화 속 모든 캐릭터가 살아 움직입니다. 그만큼 개성이 있고 그것을 살려낸 배우들의 연기가 탄탄합니다. 한물간 총잡이, 허풍쟁이 총잡이, 총잡이가 되려 안달 난 젊은이, 질서를 위해선 어떤 폭력도 정당하다고 믿는 보안관, 부풀려진 거짓 전설을 만드는 삼류 전기작가, 사회 약자 창녀, 돈밖에 모르는 포주 등 영화 속 인물이 살아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중에서도 캐나다 배우 제임스 울벳이 연기한 스코필드 키드가 특히 좋았습니다. 가볍고 경망스러운 젊은이를 잘 표현했습니다.

★ 이 작품이 기존 서부영화와 다른 점은 사실적 묘사입니다. 서부시대를 전설이나 영웅담으로 각색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처럼 치열하고 비열한 서부로 묘사했습니다. 

★  영화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폭력에 대한 명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약한 자에 대한 강한 자의 폭력,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자가 선택한 또 다른 폭력 사주, 질서유지를 위한 폭력, 범법자에 대한 폭력, 친구 복수를 위한 폭력, 이 모든 것이 나름대로 정당성이 있습니다. 이런 폭력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끝맺으며

이 영화는 낭만적이고 영웅이 넘쳐나는 전통 미국 서부영화를 부정합니다. 그래서 무법자건 법을 지키는 보안관이건 영화 속 인물은 모두 폭력적이고 정의롭지 않습니다. 심지어 비열하기까지 합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언제나 영화에서 영웅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영웅을 거부했습니다. 영화를 통해 자신이 출연했던 서부영화가 거짓이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는 그렇게 서부영화에 종언을 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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