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개

밀양, 햇살 가득한 도시? 비밀스러운 햇살?

영보고 2021. 12. 14. 12:23

영화-밀양
영화 밀양

밀양, 햇살 가득한 도시? 비밀스러운 햇살?

오늘은 종교에 대해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영화 한 편을 소개하겠습니다. 2007년 이창동 감독의 작품 밀양입니다.  2002년 작품 오아시스 이후 5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죠. 공백 기간이 상당히 길었는데 아마 2003년부터 2004년까지 1년 4개월간 문화부 장관을 역임하느라 무척 바빴나 봅니다.

 

이창동 영화는 소설가 출신답게 스토리가 탄탄합니다. 감성적이기보단 사실적입니다. 기교도 없습니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그래서 스피디하고 액티브한 영상에 익숙한 관객은 따분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엔 감동이 있고 주제 의식이 있습니다. 생각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 번쯤은 자신이나 인생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줍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감독 중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밀양은 이청준의 소설 벌레 이야기를 각색한 작품입니다.  경상북도 도시 밀양을 배경으로 합니다. 밀양(密陽)은 한자로 빽빽할 밀(密) 자에 볕 양(陽) 자입니다. 햇살이 가득한 도시라는 의미입니다. 참 좋은 뜻을 가진 도시지요? 언제나 햇살 가득하고 행복한 도시 같지요? 그런데 영화에서는 다른 의미로 쓰입니다. 영어 제목이 Secret Sunshine인 것을 보면 밀(密) 자를 빽빽한 자가 아니라 비밀자로 해석했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한자 사전에도 밀(密)에 비밀이란 뜻이 있습니다.  영어 제목에서 고유명사 Milyang을 굳이 Secrect Sunshine이라고 쓴 건 한글 제목 밀양이 가득한 햇살이 아니라 비밀스러운 햇살이란 뜻으로 해석되길 바한 건 아닐까요? 그렇다면 그 비밀스러운 햇살은 무엇일까요? 

 

사실 영화를 보면 대강 짐작은 갑니다. 비밀스러운 햇살이 하나님을 뜻하는 건 아닐까 추측할 수 있습니다. 엔딩 장면에서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따라가던 카메라는 햇살이 비치는 마당 한 구석을 보여줍니다. 내리쬐는 햇살이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마치 인간 세상을 어루만지는 하나님의 손길처럼 말입니다. 그 햇살이 하나님 빛이라도 인간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신의 뜻을 어떻게 인간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주인공 신애(전도연)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비밀스러운 햇살인지 모릅니다.

 

영화는 교인들의 부정적 신앙생활을 묘사했다고 해서 개신교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습니다. 일면 그렇습니다. 교인들의 지나친 선교. 관심. 참견이 그렇습니다. 부정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 전체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신앙생활의 부정적인 묘사가 결코 종교 자체를 부정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믿는 사람이 문제지 신에는 문제없어 보입니다. 비밀스러운 햇살이 신을 의미하는 거라면 신을 부정하기 보단 경외하는 것이겠지요.

 

영화의 시작

푸른 하늘이 보입니다. 흰 구름도 보입니다. 차 안에서 바라보는 하늘입니다. 화면이 바뀌자 어린이 이 자동차 조수석에 앉아 하늘을 보고 있습니다. 준이 올려다보는 하늘입니다. 화면 밖에선 신애의 전화 소리가 들립니다. 카센터와의 통화입니다. 고장 난 자동차를 길에 세워놓고 통화하고 있습니다. 초행길이라 여기가 어딘지 설명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밀양으로 가던 길입니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오프닝에서는 푸른 하늘을 보여주고 엔딩 장면에서는 뒤뜰에 비치는 따스한 햇살을 보여줍니다. 하늘과 땅 그리고 햇살. 모두 하나님과 연관 있어 보입니다. 물론 저의 상상일 뿐입니다.제가 오버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볼만한 장면

 영화속 볼만한 장면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무거운 주제의 영화지만 시종일관 우울하진 않습니다. 밀양의 사투리와 지방 소도시의 일상을 묘사하는 장면은 재법  쏠쏠한 재미를 줍니다.
  • 기도회에서 신애가 오열하는 씬은 전도연이 왜 전도연인지를 보여줍니다. 결국 전도연은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습니다. 아쉬운 건 상을 받지 못한 송강호입니다. 송강호 연기도 전도연 못지않지만 전도연을 살려주는 역할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 신애가 혼밥을 하다 주체할 수 없어 주기도문을 외우는 씬은 그녀의 슬픔과 고통을 잘 드러냅니다. 인상적입니다. 참다 참다 터지는 슬픔과 이를 어떻게든 참아보려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밀양은 쉬운 영화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난해한 영화도 아닙니다. 쉽지 않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기보단 가볍게 볼 수 없다는 말입니다. 스토리에서 재미를 찾기보단 이해와 공감이 필요한 영화입니다. 그래서 처음 보다 두 번째 볼 때가 더 재밌습니다. 의외로 볼수록 재밌는 영화입니다.

 

밀양은 절망에 빠진 한 인간(신애)이 하나님에게 의지했다가, 의문을 품고, 하나님을 부정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개신교를 부정하는 영화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종교는 정말 우리의 안식처인지. 우리가 억지로 믿는 건 아닌지. 내키지 않는 용서를 해야만 하는 건지. 용서는 정말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는지...... 

 

마지막으로 신애의 절절함이 느껴지는 대사 하나를 소개하면서 끝맺을까 합니다. 

 

(그 인간은) 이미 용서를 얻었는 데 내가 어떻게 용서를 다시 해요?
내가 그 인간을 용서하기도 전에 어떻게 하나님이 먼저 용서할 수가 있어요?
나는 이렇게 괴로운데......
그 인간은 하나님 사랑으로 용서받고 구원받았어요.

 

영화-밀양
영화 밀양

 

잠깐! 맨 위 포스터 사진을 다시 한번 보시지요. 

"이런 사랑도 있다..."라는 카피 문구가 보이시나요? 

거짓말입니다. 영화 속에 그런 사랑 없습니다. 러브스토리는 기대하지 마세요.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