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대사

벌써? 알겠지? 그것이 사랑의 전부야

영보고 2022. 1. 7. 18:30

벌써-알겠지

벌써? 알겠지? 그것이 사랑의 전부야

이것은 폴란드의 거장 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 아~ 이름이 너무 길고 어렵죠?)의 영화,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1988) 속 대사입니다. 영화를 말하자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니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히 줄거리만 소개하겠습니다. 스포일러는 양해 바랍니다.

 

우체국 직원인 젊은 주인공 도메크는 맞은편 아파트 동에 사는 독신녀 마그다를 짝사랑합니다. 그는 훔친 망원경으로 밤마다 그녀의 방을 훔쳐봅니다. 애인과 나누는 은밀한 사랑까지도 훔쳐봅니다. 마그다를 가까이서 보고 싶은 도메크는 가짜 송금 통지서까지 만들어 그녀 집 우체통에 넣어둡니다. 마침내 송금 통지서를 가지고 우체국을 찾은 마그다는 그것이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되고 위조했다는 누명까지 씁니다.  죄책감을 느낀 도메크는 우체국을 나서는 그녀를 따라가 자신이 한 짓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동안 그녀를 몰래 훔쳐본 사실까지 털어놓습니다. 용기를 내어 데이트를 신청하지만 당연히 거절당하고 그녀는 화를 내고 가버립니다. 

 

그래도 잊지 못하는 도메크는 그녀의 집에 우유 배달을 하는 등 계속해서 그녀의 주위를 맴돕니다. 도메크에 호기심이 생긴 마그다도 마침내 그와 데이트를 하게 됩니다. 데이트가 끝나고 버스 정거장으로 걸어가던 그녀가 출발하려는 버스를 보자 "저거 타면 우리 집에 가고 못 타면 그만두고....."라는 제안을 합니다. 버스는 엿듣기라도 한 듯 출발하려다가 멈춰 서서 뛰어오는 그들을 기다려 줍니다.

 

그녀의 집에 들어서자 마그다가 먼저 샤워를 합니다. 샤워가 끝난 후 알몸에 겉옷만 걸친 그녀는 의자에 앉아 있는 도메크를 유혹합니다. 경험이 없던 도메크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사*해버리고 맙니다.  당황해하는 도메크에게 마그다가 말합니다.

 

벌써?
알겠지?

그것이 사랑의 전부야

 

짧지만 충격적인 말입니다. 남녀의 사랑을 이보다 더 냉소적으로 비하할 수 있는 말이 또 있을까요? 순수해 보이는 도메크의 사랑이 찰나의 쾌락을 추구하는 육체적 욕망으로 매도당하는 순간입니다. 도메크는 수치심에 그녀의 집을 뛰쳐나갑니다.

 

다음이 궁금하시죠? 결정적인 스포일러라 더 이상은 곤란합니다. 궁금하면 직접 보십시오. 감독이 워낙 어려운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 재미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볼만합니다. 

 

남녀의 사랑은 과연 어떤 걸까요? 시작이나 과정이 아무리 고상해도 그녀 말처럼 결국 육체적 쾌락을 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걸까요? 아니면 육체적 욕망 이상으로 정신과 육체의 교감으로 한 차원 더 높은 사랑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걸까요? 정신적인 사랑도 가능하고 경우에 따라선 충분한 것일까요? 영화는 어렴풋이 답을 줍니다. 하지만 그건 감독의 생각이고 우리의 생각은 각자 다르겠지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사실 어떤 사랑이 뭐 그리 중요할까요? 서로 변치 않고 지속되는 것이라면 어떤 사랑이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참고로 이 영화는 십계 TV시리즈 중 간음을 하지 마라를 테마로 한 작품입니다. 극장용으로 재편집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작품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은 살인을 하지 마라라는 계율을 테마로 만든 영화라 하는군요.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도 좋은 영화이긴 하지만 살인 장면이 너무 리얼해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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