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삼림, 동사서독 그리고 동성서취
세 작품은 왕가위 감독과 관련 있는 작품입니다. 중경삼림과 동사서독은 왕가위 감독 영화고, 동성서취는 그가 제작에 참여한 영화입니다. 이들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 그래도 굳이 설명하자면 내용은 이렇습니다.
왕가위는 동사서독 촬영을 위해 당시 홍콩 최고 배우를 캐스팅합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을 말입니다. 장국영, 임청하, 왕조현, 양조위, 장만옥. 양가휘, 장학우, 유가령, 이름만 들어도 후덜덜한 홍콩 영화계의 탑 오브 탑입니다. 어떻게 이들을 동시에 그리고 모두 캐스팅할 수 있었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영화 동사서독은 1992년에 크랭크인 되었습니다. 로케이션이 사막이라 배우나 스태프 모두 고생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왕가위가 원래 무계획적인 성격이라 촬영은 한여름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결국 부족한 제작비로 촬영이 엎어지는 것을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배우들의 불만은 고사하고 제작에 참여했던 왕가위와 유진위가 더 좌불안석이었겠지요. 그래서 기분 전환도 할 겸 중간에 가벼운 코미디 영화 하나를 찍습니다. 그것도 한 달 만에 찍어냅니다. 유진위가 감독한 ‘동성서취’입니다. 얼마나 가벼운 마음으로 찍었는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배우들은 특 A급인데 영화는 C급입니다. 아무리 심심풀이 땅콩이라 해도 톱스타가 격 떨어지게 왜 출연했을까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그래도 작품은 대박 나고 덕분에 동사서독 촬영도 돈 걱정 없이 무사히 끝낼 수 있었습니다. 호사다마라고 그때 왕조현 스캔들이 터집니다. 유부남과의 불륜 스캔들이라 당시 여론이 너무 안 좋았습니다. 할 수 없이 왕조현 분량을 양채니로 다시 찍어야 했습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고 홍콩에 돌아와 편집을 하던 왕가위는 남는 시간에 평소에 생각했던 아이디어 하나를 영화로 옮깁니다. 그것이 중경삼림이고 2년이 넘게 촬영한 동사서독과 달리 단 두 달 만에 끝냅니다. 대본도 완성되지 않은 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찍었다고 합니다. 두 영화는 모두 1995년에 개봉합니다. 그런데 두 달 만에 찍은 중경삼림이 2년을 공들인 동사서독을 흥행에서 앞질렀습니다. 중경삼림은 화제의 중심에 서고 동사서독은 뒤로 밀립니다. 그렇다고 동사서독이 완전히 무시당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중경삼림이 워낙 뜨다 보니 상대적으로 푸대접 당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참 아이러니하지요? 살다 보면 이런 일은 흔합니다.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는가 하면 신경 쓰지 않아도 잘 풀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운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운일까요? 당연히 운 만은 아니겠지요. 평소 노력의 결과겠지요. 과연 내공 없는 왕가위가 두 달 만에 명작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오랜 세월 갈고닦은 내공의 결과겠지요. 노력을 보지 않은 우리는 결과만 가지고 너무 쉽게 운이라 치부합니다. 결국 운도 노력의 결과고 노력 없이는 운이 와도 못 보고 못 잡습니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는 말처럼 태어날 때 말고 세상에 운은 없습니다. 억울한 불행은 있어도 공짜 행운은 없습니다.
그런데 동성서취는 어떻게 그렇게 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을까요? 기분전환으로 한 달 만에 막 찍은 영화가 내공도 있어 보이지 않는데 말입니다. 물론 출연진은 화려하지요. 화려한 출연진의 망가지는 모습이 관객에게 재미를 준 것일까요? 하여튼 세상일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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