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중경삼림, 동사서독 그리고 동성서취

영보고 2021. 9. 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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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경삼림-동사서독-동성서취

중경삼림, 동사서독 그리고 동성서취

세 작품은 왕가위 감독과 관련 있는 작품입니다. 중경삼림과 동사서독은 왕가위 감독 영화고, 동성서취는 그가 제작에 참여한 영화입니다. 이들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 그래도 굳이 설명하자면 내용은 이렇습니다.

 

왕가위는 동사서독 촬영을 위해 당시 홍콩 최고 배우를 캐스팅합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을 말입니다. 장국영, 임청하, 왕조현, 양조위, 장만옥. 양가휘, 장학우, 유가령, 이름만 들어도 후덜덜한 홍콩 영화계의 탑 오브 탑입니다. 어떻게 이들을 동시에 그리고 모두 캐스팅할 수 있었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영화 동사서독1992년에 크랭크인 되었습니다. 로케이션이 사막이라 배우나 스태프 모두 고생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왕가위가 원래 무계획적인 성격이라 촬영은 한여름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결국 부족한 제작비로 촬영이 엎어지는 것을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배우들의 불만은 고사하고 제작에 참여했던 왕가위와 유진위가 더 좌불안석이었겠지요. 그래서 기분 전환도 할 겸 중간에 가벼운 코미디 영화 하나를 찍습니다. 그것도 한 달 만에 찍어냅니다. 유진위가 감독한 동성서취입니다. 얼마나 가벼운 마음으로 찍었는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배우들은 특 A급인데 영화는 C급입니다. 아무리 심심풀이 땅콩이라 해도 톱스타가 격 떨어지게 왜 출연했을까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그래도 작품은 대박 나고 덕분에 동사서독 촬영도 돈 걱정 없이 무사히 끝낼 수 있었습니다. 호사다마라고 그때 왕조현 스캔들이 터집니다. 유부남과의 불륜 스캔들이라 당시 여론이 너무 안 좋았습니다. 할 수 없이 왕조현 분량을 양채니로 다시 찍어야 했습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고 홍콩에 돌아와 편집을 하던 왕가위는 남는 시간에 평소에 생각했던 아이디어 하나를 영화로 옮깁니다. 그것이 중경삼림이고 2년이 넘게 촬영한 동사서독과 달리 단 두 달 만에 끝냅니다. 대본도 완성되지 않은 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찍었다고 합니다. 두 영화는 모두 1995년에 개봉합니다. 그런데 두 달 만에 찍은 중경삼림이 2년을 공들인 동사서독을 흥행에서 앞질렀습니다. 중경삼림은 화제의 중심에 서고 동사서독은 뒤로 밀립니다. 그렇다고 동사서독이 완전히 무시당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중경삼림이 워낙 뜨다 보니 상대적으로 푸대접 당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참 아이러니하지요? 살다 보면 이런 일은 흔합니다.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는가 하면 신경 쓰지 않아도 잘 풀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운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운일까요? 당연히 운 만은 아니겠지요. 평소 노력의 결과겠지요. 과연 내공 없는 왕가위가 두 달 만에 명작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오랜 세월 갈고닦은 내공의 결과겠지요. 노력을 보지 않은 우리는 결과만 가지고 너무 쉽게 운이라 치부합니다. 결국 운도 노력의 결과고 노력 없이는 운이 와도 못 보고 못 잡습니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는 말처럼 태어날 때 말고 세상에 운은 없습니다. 억울한 불행은 있어도 공짜 행운은 없습니다.

 

그런데 동성서취는 어떻게 그렇게 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을까요? 기분전환으로 한 달 만에 막 찍은 영화가 내공도 있어 보이지 않는데 말입니다. 물론 출연진은 화려하지요. 화려한 출연진의 망가지는 모습이 관객에게 재미를 준 것일까요? 하여튼 세상일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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