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서기

사진 입문자. 어떤 카메라를 사야 할까요?

영보고 2022. 9. 24. 17:39

사진 입문자. 어떤 카메라를 사야 할까요?


입문자로서의 첫 고민은 당연히 어떤 카메라, 어떤 렌즈를 사야 하나 일 겁니다. 정확히 십여 년 전 저도 같은 고민을 했습니다. 어찌 보면 입문자의 행복한 고민입니다. 등산도 그렇고 사이클도 마찬가지입니다. 취미 생활의 시작은 장비 선택부터 시작합니다.

오늘 저는 브랜드명이나 세세한 제품명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 비싼 고급 사양을 사야 하나 아니면 싼 보급형을 사야 하나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여기에 정답은 없습니다. 목적과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사진을 취미로 갖는다고 한면 '되도록 고급 사양 카메라와 렌즈를 사서 시작하라'라고 조언하겠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든 취미 생활이 그렇듯 실력이 모자라면 장비 탓을 하게 되고 고급 사양을 써보지 못하면 미련이 남기 때문입니다. 재능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재능이 있는 사람은 좋은 카메라를 가지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모자라는 사람은 장비 탓에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좋은 사양으로 한걸음 한걸음 옮겨갑니다. 그러다 보면 처음부터 고급 사양으로 시작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사용하지 않는 장비는 먼지만 쌓여갑니다. 최악의 경우는 장비병의 덫에 걸립니다. 좋다는 신제품은 때마다 삽니다. 신제품은 항상 새로운 기능을 넣어 판매하고 화질도 출시할 때마다 좋아지니 유혹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솔직히 사진은 장비보다는 감성입니다. 타고난 감성이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저는 사진 감성이 젬병입니다. 그래서 10년이 지난 지금도 실력이 보잘것없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제가 고급 사양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아직껏 장비 탓은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롯이 제 탓이란 걸 인정하고 장비 욕심을 내지 않습니다. 물론 아쉬움도 있습니다. 일찍이 저의 능력을 깨닫고 카메라를 포기했습니다. 시작 때의 열정은 사라지고 여행 갈 때만 카메라를 들고나갑니다. 그것도 사놓은 장비가 아까워 가져 가는 정도입니다.

제가 재능이 없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슬프게도 사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입니다. 초보자를 위한 어느 사진 강좌에서였습니다. 주부 한 분이 보급형 디지털카메라를 가지고 기가 막힌 사진을 찍어댔습니다. 고급 사양을 쓰는 제가 범접할 수 없는 실력이었죠. 강사도 그분의 재능을 인정했습니다. 그녀의 감성은 확실히 남달랐습니다. 느낌이 있었습니다. 저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녀의 감성을 따라가지는 못할 거라고 그때 직감했습니다. 갑자기 카메라가 싫어졌습니다. 하지만 들인 돈이 얼만데 거기서 그만둘 수가 없었습니다. 할수없이 저는 그녀와 같은 감성적 사진보단 사실적 사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성이 딸리니 감성이 필요 없어 보이는 사실주의를 택한 겁니다. 그러나 저의 밑천이 드러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사실적 사진이라고 어떻게 감성적인 접근이 필요 없겠습니까? 감성을 빼면 더 담백해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담백하게 찍는 것 자체가 감성적 영역이었습니다. 저의 사진은 줄곧 담백해지지 않았습니다. 오늘날까지도 말입니다.

* DSLR나 미러리스 중 어떤 카메라가 좋을까
DSLR이나 미러리스 어느 것이나 상관없습니다. 미러리스도 풀프레임이 나오고 사진 퀄리티도 DSLR에 뒤지지 않습니다.
요즘 카메라 트렌드는 미러리스로 많이 기울어졌지요. 렌즈도 다양하게 나오고요. 단 미러리스는 폼이 안 납니다. 폼을 중시하는 사람에겐 DSLR이 딱입니다. 카메라에 폼도 무시할 순 없죠. 문제는 DSLR 카메라가 무겁다는 겁니다. 무거워도 좀 심하게 무겁습니다. 카메라 자체만 0.8kg이 넘고 여기에 좋은 렌즈를 장착하면 (좋은 렌즈는 무겁습니다) 1.5kg가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벼운 단렌즈를 껴도 1kg은 넘습니다. 여성은 당연히 미러리스로 가야겠지요. 사실 무게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특히 여행을 갈 때 카메라 무게는 굉장히 부담이 되거든요. 여행 출발 전에는 좋은 화질의 사진을 남기고 싶은 마음과 무거운 카메라를 두고 가자는 마음이 서로 대립합니다. 요즘은 핸드폰 카메라로도 충분히 예쁜 사진이 나오니까 갈등은 더 심합니다.


* 렌즈는 어떤 걸 사야 하나
렌즈는 크게 줌 기능 여부로  단렌즈줌렌즈로 나누고, 초점에 따라 광각렌즈, 표준렌즈망원렌즈로 나눕니다.

초보자는 줌렌즈가 편합니다. 카메라 실력을 키우는 데는 단렌즈가 좋다고 하는데 그건 화각을 정확히 이해하게 되면서 몸을 움직여 구도 잡는 습관을 키울 수 있어서 하는 말입니다. 결국 사진은 몸으로 얼마나 좋은 구도를 찾아가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줌렌즈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뷰파인터를 보면서 초점거리를 바꾸기 보다 미리 초점거리(화각)를 정하고 뷰파인더를 보며 사진을 찍는다면 굳이 단렌즈를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줌렌즈가 많은 화각을 이용해 다양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초보자에게 더 효과적입니다.

- 단렌즈가 좋은 점은 일단 선예도가 최상이고 같은 화각에서 최대 개방 조리개를 가져 셔터 속도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입니다. 물론 좋은 렌즈는 단렌즈도 아주 비쌉니다. DSLR 풀프레임에서는 50mm가 표준 렌즈이고 크롭 센서 카메라는 35mm가 표준입니다.

- 풀프레임 기준으로 줌렌즈는 일반적으로 24~70mm 렌즈나 24~105mm를 많이 사용합니다. 저는 24~70mm 줌렌즈를 사용합니다만 105mm 화각이 없는게 항상 아쉽습니다. 24~105mm 줌렌즈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조리개 최대 개방에 아쉬움을 표하더군요. 24~70mm 최대 개방은 F2.8이고 24~105mm 렌즈의 최대 개방 조리개는 F4이라 1 스탑 차이 납니다. 겨우 1 스탑이라 하실지 모르지만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1 스탑도 아주 중요합니다. 가격은 같은 브랜드인 경우 24~70mm 줌렌즈가 더 비쌉니다. 무게도 일반적으로 24~70mm 렌즈가 더 무겁습니다.

- 실내 촬영이 많으면 24~70mm 렌즈를, 실외 촬영이 많으면 24~105mm이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24~70mm 렌즈는 애매한 면이 있습니다. 사진을 찍다 보면 점점 선예도 높은 사진을 원하게 되고 결국 50mm F1.4나 F1.8 렌즈를 사게 됩니다. 50mm 단렌즈를 찍다 보면 아무래도 24~70mm 렌즈 활용도는 떨어지게 되지요. 70mm 화각 정도는 50mm 단렌즈가 커버할 수 있으니까요.

- 만일 상품 사진을 찍는 목적이라면 처음부터 50mm 단렌즈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동급에선 선예도가 최상이고, 최대 개방 조리개도 되니까요..

요약
간단하게 쓰려했는데도 제법 길어졌네요. 지금까지 설명을 다시 정리해보겠습니다.

사진을 본격적인 취미로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카메라 바디는 풀프레임을 추천합니다. 대세는 미러리스이나 폼을 중요시한다면 DSLR입니다. 여성 분에겐 무거운 DSLR보다는 가벼운 미러리스를 추천합니다.

렌즈는 처음에는 줌렌즈를 사고 경력이 쌓이면 단렌즈와 망원렌즈 등으로 넓혀가는 것이 좋습니다. 아니면 단렌즈 50mm부터 시작하고 점차 줌렌즈와 망원렌즈로 넓혀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고려할 사항은 고급 렌즈는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는 겁니다. 되도록이면 처음 산 렌즈를 오래 사용하는 게 경제적으로 유리합니다. 고급 렌즈는 단렌즈. 줌렌즈, 망원렌즈를 준비하는데만 오백만 원은 쉽게 넘어갑니다. 이보다 고급은 천만 원에 가까워집니다. 최상급은 상상을 초월하니 굳이 여기서 거론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니 그냥 처음 산 렌즈를 오래 사용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급형인 경우는 가격 부담이 적으니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렌즈를 살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보급형도 최소 몇십만 원은 됩니다.

여하튼 돈이 허락한다면 처음부터 고급 렌즈를 사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렌즈가 화질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다 보면 남들의 쨍한 사진이 자꾸 눈에 아른거립니다. 어느새 인터넷에서 가격을 비교하면서 살까 말까 망설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처음부터 좋은 렌즈로 찍다 보면 렌즈보다는 찍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바로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보급형으로 찍다 보면 자신의 서툰 사진이 카메라나 렌즈 때문이라고 착각하지요. 그래서 좋은 렌즈에 대한 미련을 갖게 됩니다. 써보기 전에는 모릅니다. 렌즈만 바꾸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차라리 처음부터 좋은 렌즈로 시작하라는 겁니다.

하나 더 첨언하자면 사진 취미는 관심 없고 자라는 아이 사진이나 찍고 싶은 분이라면 좋은 카메라나 렌즈를 살 필요는 없습니다. 굳이 많은 돈을 카메라와 렌즈에 쏟아부을 이유가 없습니다. 카메라와 렌즈는 안 쓰면 정말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입니다.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짐만 됩니다. 추억용 사진을 찍는 데는 대중적인 보급형 카메라와 렌즈면 충분합니다.

이것도 아까우면 그냥 스마트폰 사진으로 만족하세요. 일반인은 스마트폰 사진을 카메라보다 더 멋있게 찍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사진이 색상도 예쁘게 나옵니다. 물론 보케와 선예도는 카메라를 따라갈 수 없지만 카메라는 찍어 가며 기술을 터득해야 합니다. 찍자 마자 색상은 최적 값을 세팅해 놓은 스마트폰이 더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카메라 사진은 보정해야 멋있어집니다. 또 하나의 기술 영역인 보정이 필요한 것이 디지털 카메라의 세계입니다.

끝맺으며...
자 선택에 도움이 좀 되셨나요? 제 이야기는 그냥 참조만 하시고 님의 소신대로 하세요. 그래야 행복감도 배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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