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개

클래식. 한국 멜로의 대표작

영보고 2022. 6. 28. 19:36

영화-클래식
영화 클래식

클래식. 한국 멜로의 대표작

첫사랑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애틋함? 헤어짐? 아니면 별 감흥이 없나요?

사랑의 결실이 결혼이라면 결실을 맺는 첫사랑은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낮은 확률이겠죠? 혹시 첫사랑에 별 감흥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결혼에 성공한 사람 아닐까요?  참 아이러니하지요? 솔직히 세상사 다 그렇습니다. 못 이룬 사랑은 아쉽고 이룬 사랑은 시들하지요. 세월이 지나면 현실이 됩니다. 반면 헤어진 사랑은 오히려 세월과 함께 아름답게 포장됩니다. 기억이 희미해질수록 아름다워지죠. 그래서 아쉽고 애틋합니다. 오늘은 이렇게 애틋한 사랑. 아니 애틋하다 못해 가슴 시린 사랑을 소개하겠습니다. 가슴 아프지만 아름다운 한국 멜로 영화의 대표작 클래식입니다.

 

한국 멜로의 대표작

영화 클래식곽재용 감독의 2003년도 작품입니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작품입니다. 곽재용 감독은 한국 영화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습니다. 엽기적인 그녀는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대표작이 되었고 클래식은 멜로 영화의 대표작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장르를 대표하는 두 영화가 오랜 시간 사랑받는다는 건 감독으로선 큰 행복이지요.

 

혹자는 클래식이 어떻게 한국 멜로의 대표작이냐고 반박할지 모릅니다. 객관적으로는 당연한 말입니다. 클래식이 흥행이나 인기에서 한국 멜로의 대표작일 순 없습니다. 명함도 못 내밉니다. 한국에는 그간 쟁쟁한 멜로 영화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60년대만 해도 바로 떠오르는 영화가 맨발의 청춘 그리고 미워도 다시 한번입니다. 미워도 다시 한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당시 전 국민이 볼 정도였습니다. 68년 첫 편이 대박을 터트리자 연이어 3편이나 속편이 만들어졌습니다. 얼마나 인기가 있었으면 매년 속편을 만들었겠습니까. 속편이 71년에 끝난 걸 보면  4년만에야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거지요. 세월이 더 지난후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속편이 더 만들어집니다. 결국 미워도 다시한번 이름을 걸고 만들어 진 영화가 총 8편입니다. 대단하지요? 그러니 한국 영화 사상 멜로의 대표작은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영화를 흥행만 가지고 평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영화-클래식
영화 클래식

클래식은 전통 멜로입니다. 신파 멜로지요. 원래 우리나라는 신파 멜로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60년대까지는 신파 멜로가 사랑받았습니다. 특히 60년대 후반은 신파 멜로의 절정기였습니다. 이후 한국 멜로는 오히려 신파를 극복하지 못해 관객에게 외면받습니다. 관객 눈은 높아졌는데 영화는 이에 부응하지 못합니다. 오죽하면 신파 멜로 하면 촌스러움의 상징이 되어버렸을까요. 그렇게 멜로다운 멜로가 나오지 못하는 상태에서 7-80년대가 흘러갑니다. 그나마 86년 곽지균 감독의 겨울 나그네라는 작품이 젊은 감각으로 정통 멜로의 맥을 이어가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90년대 들어서자 멜로 영화에 많은 변화가 생깁니다. 정통 멜로가 아닌 여러 가지 변이 작품들이 나옵니다. 결혼 이야기, 은행나무 침대 등으로 다양성을 보여주더니 마침내 접속8월의 크리스마스 등 감성적 멜로 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게 됩니다. 특히 접속은 기존 정통 멜로와는 다른 새로운 문법을 보여주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접속은 멜로의 한계를 이종교배가 아닌 새로운 스토리텔링으로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렇게 90년대는 감성 멜로가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2000년대 들어서도 봄날은 간다 같은 감성 멜로와 동감 같은 변이 멜로가 꾸준히 사랑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때 등장한 영화가 클래식입니다. 

 

클래식은 클래식(명품)

영화 클래식은 정통 멜로라 당시 트렌드와는 맞지 않았습니다. 2년 전 엽기적인 그녀로 대박을 친 감독이라 가능한 영화였습니다. 실제 곽재용 감독은 시나리오를 들고 5년이나 제작자를 찾아다녔다고 합니다. 다행히 영화는 만들어졌고 입소문으로 150만의 관객을 동원합니다. 신파 멜로라도 잘 만들면 관객이 좋아한다는 것을 보여준 거지요.

 

그간 정통 멜로는 푸대접을 많이 받았습니다. 촌스럽다는 비난도 감수해야 했습니다. 수십 년간을 묵묵히 수모를 견뎌왔습니다. 그런 설움을 한 번에 떨쳐버린 것이 영화 클래식입니다. 관객도 달라졌습니다. 정통 멜로를 좋아했습니다.  6·70년대 감성, 순수한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눈물, 죽음. 운명 등 지극히 진부한 스토리도 세련된 영상과 음악 그리고 좋은 배우가 만나면 아름다운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았습니다. 우리 가슴에 오래 남는 것도 느껴봤습니다. 클래식은 이렇게 우리의 클래식이 되었습니다.

 

영화-클래식
영화 클래식

클래식은 소설 '소나기'의 오마주. 엽기적인 그녀는 패러디. 

곽재용 감독은 단편소설 소나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나기를 영화 속 모티프로 자주 사용합니다.  엽기적인 그녀는 패러디로 재밌는 씬을 만들어내고 클래식은 오마주로 잔잔하고 애절한 멜로를 만들었습니다. 감독 자신도 소설에서 죽은 소녀가 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인터뷰했습니다.

 

영화는 두 가지 트랙으로 진행됩니다. 하나는 주희준하의 사랑 이야기. 또 다른 트랙은 지혜상민의 이야기입니다. 주희와 준하가 사랑하는 시대적 배경은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이고 지혜와 상민은  2003년 영화 속 현재입니다.  주희와 지혜는 손예진이 1인 2역을 하고 준하는 조승우가 상민은 조인성이 연기합니다. 원래 기획은 투 트랙의 불량이 비슷했지만 조인성 부분을 많이 줄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가 종반부로 가면 마무리가 엉성하고 서두른 느낌이 납니다. 

 

얼마 전 핫했던 나의 해방 일지라는 드라마에서 이엘이 짝사랑한 돌싱남 이기우가 준하(조승우) 친구 윤태수로 나옵니다. 조연이지만 비중이 큽니다. 이기우의 첫 영화 출연이라고 합니다. 그의 풋풋한 신인 시절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손예진은 당시 스트린에서는 신인에 불과했지만 클래식을 통해 한국 멜로의 퀸으로 등극합니다.  이후 수많은 여배우가 그 자리를 노렸지만 실패했습니다. 클래식은 손예진과 조승우가 없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겁니다. 클래식이 손예진과 조승우 덕분에 성공했다면 손예진과 조승우는 클래식 덕분에 스타가 됐습니다. 곽재용 감독이 배우복이 있는 건지 배우 보는 눈이 있는 건진 모르지만 엽기적인 그녀는 전지현차태현, 클래식은 손예진과 조승우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영화가 배우의 힘만으로 성공할 순 없지만 클래식이 배우 덕을 본 건 확실합니다.

 

그렇다고 곽재용 감독이 배우 힘만 빌리는 그저 그런 감독이란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는 재능 있는 감독입니다. 시나리오도 직접 쓰고, 특히 영상 센스가 남다릅니다. 유명한 씬을 유난히 많이 만들어냈습니다. 클래식에서는 비 오는 캠퍼스 장면이 그것이고 엽기적인 그녀에서는 교복 입고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며 클럽을 입장하는 장면이 그것입니다. TV나 광고에서 수많은 패러디를 낳은 씬입니다. 비를 피해 손예진과 조인성이 캠퍼스를 달리는 장면은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이란 곡과 함께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장면입니다. 

 

오늘은 말이 좀 길었습니다. 다 보시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다음엔 말을 줄이겠습니다. 지겹지만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올해 돈 많이 버십시오. ^^

 

영화-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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