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개

세 번째 살인. 합법적 살인

영보고 2022. 6. 6. 18:18

영화-세번째 살인
영화 세 번째 살인

세 번째 살인. 합법적 살인

얼마 전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프랑스 칸에서 기쁜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20년 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이란 작품으로 한국인 최초 감독상을 받은 이후 박찬욱은 두 번째 감독상을 받았습니다. 송강호는 한국인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요. 제가 영화 밀양을 소개할 때 전도연은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지만 함께 받지 못한 송강호가 아쉽다고 했는데 칸이 제 말을 들었는지 이번에 상을 주었습니다. 기생충부터 작년엔 미나리 그리고 올해는 칸에서까지 한국 영화인들이 상을 받아 여간 기쁘지 않습니다. 사실 미나리는 미국 자본이고 감독도 한국계 미국인이라 한국 영화라 할 순 없지만 상을 받은 사람이 한국인이었다는 것이 중요하지요. 당시 윤여정이 각종 상을 휩쓸었다는 것은 모두 알고 계시죠?

 

이번에 송강호가 상을 받은 영화는 브로커란 작품으로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연출했습니다. 잘 알다시피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가족 이야기를 자주 다루는 감독입니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가족보다는 정상적이지 않은 가족을 많이 다루는 편이지요. 그러다 보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가족의 의미나 소중함을 다시 생각게 하는 작품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관객들 중에도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의 작품 중 하나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2017년에 제작된 세 번째 살인이라는 작품인데 이번엔 가족 이야기가 아니라 법정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흥미 위주의 법정 드라마나 스릴러는 아니고 주제가 있는 법정 스릴러입니다. 재미도 있습니다.

 

주연은 변호사 시게모리 역의 후쿠야마 마사하루입니다. 범인 미스미 역은 야쿠쇼 코우지입니다.

두 배우 모두 워낙 유명해 일본 영화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낯익은 배우입니다. 마사하루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야쿠쇼 코우지는 쉘 위 댄스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잘 알려진 배우입니다

 

여자 조연으로는 히로세 스즈야마나카 사키에 역을 연기합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이전 작품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 유명해져 일본의 국민 여동생이 된 배우입니다. 언니 히로세 아리스도 배우입니다. 저는 히로세 스즈를 볼 때마다 이병헌의 아내 이민정이 떠오릅니다. 닮아도 너무 닮았습니다. 굳이 차이를 두자면 이민정이 도회적 분위기라면 히로세는 목가적 분위기입니다. 아무래도 맡은 배역 때문이겠지요. 이민정은 도시 여자를 그리고 히로세는 여고생 역을 많이 했습니다. 히로세는 일본에서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입니다. 연기 욕심도 많은 배우라고 합니다.

 

영화의 시작

어두운 밤. 강변 갈대숲을 두 남자가 걸어갑니다. 미스미는 앞에 가던 남자의 머리를 스패너로 내리쳐 기절시키고 쓰러진 남자를 마구 때립니다. 이윽고 미스미는 남자의 몸에 기름을 뿌리고 불태웁니다.

죽은 남자는 미스미를 해고한 공장 사장입니다. 미스미는 자백합니다. 이번이 두 번째 살인이라 사형을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이고 변호사 셋츠는 승률 백 프로 변호사 시게모리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사형 선고를 피하기 위해 시게모리가 변호에 나서지만 당사자 미스미의 진술은 오락가락합니다.

 

합법적 살인

사실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이 법정 갈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법정에서 행해지는 일에 대해 의심을 품는 일은 더욱이 없지요. 하지만 죄를 짓고 법정을 드나드는 사람에게 법정은 어떤 곳일까요? 과정이나 판결이 공정하다고 생각할까요? 아마도 대부분은 억울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죄는 인정해도 형벌은 과하다고 여기겠지요.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이해가 됩니다만 만일 죄가 없는 사람이 누명을 썼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무고한 사람이 법정에서 죄인이 되고 사형까지 받게 된다면? 그것이 사법제도나 사법 시스템만의 문제일까요?  당연히 시스템이나 제도만의 문제일 수는 없겠지요. 그렇다고 사람만의 문제라고도 할 수 없겠죠. 

 

영화는 사법 시스템의 허점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허점이라기보단 그 속에 만연해 있는 타성일지도 모릅니다. 영화 속 법정에서는 때로 진실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소송 경제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진실은 미스미의 진술에 따라 그때그때 바뀝니다. 진실을 가리기 위해 존재하는 사법 시스템이지만 현실에선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법정에서 진실을 규명하지 못한다면 사형제도는 정당한 처벌이 아니라 공권력이 자행하는 살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 제목 세 번째 살인은 미스미의 두 번째 살인과 대비해 공권력에 의한 살인을 의미합니다. 합법적 살인 말입니다. 영화에서 진실은 알 수 없습니다. 감독은 끝까지 진실을 밝히지 않습니다. 영화속에서 사법 제도는 그렇게 정당성을 가지고 살아남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의구심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합니다.

 

영화-세번째 살인
영화 세 번째 살인

PS. 영화에서는 변호사 시게모리와 범인 미스미의 접견실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유리를 사이에 둔 시게모리와 미스미의 대화 장면이지요. 그런데 마지막 접견 장면에서는 전과 달리 두 사람의 얼굴을 유리를 통해 겹쳐 보여줍니다. 고레에다는 왜 마지막 접견 장면에서 두 사람을 대칭이 아니라 겹치게 찍었을까요?  감독의 의도가 궁금해지는 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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