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개

러브레터. 두개의 사랑. 잊지 못하는 사랑과 잊혀진 사랑

영보고 2022. 2. 6. 18:33

영화-러브레터
영화 러브레터

러브레터. 두 개의 사랑. 잊지 못하는 사랑과 잊혀진 사랑

오늘은 겨울이면 생각나는 영화 하나를 소개합니다.  겨울왕국은 아니고요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입니다. 오겡끼데스까 아다시와 겡끼데스로 유명한, 한때 TV를 패러디로 점령했던 바로 그 작품입니다. 영화는 1995년 작품인데 한국은 4년 뒤인 1999년에 개봉했습니다. 관객은 전국 120만을 넘어 애니메이션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개봉한 일본 실사 영화 중 흥행 1위를 기록했습니다. 당시는 지금처럼 멀티플렉스가 대중화되기 전이라  전국 120만 정도면 제법 흥행에 성공한 것이라 합니다. 

 

러브레터는 오겡끼데스까 장면 때문에 오히려 저평가된 아쉬움이 있는 영화입니다. 주구장창 오겡끼데스까 장면과 패러디만 TV에서 본 사람은 그게 전부인 그저 그런 로맨스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은 다릅니다.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러브 스토리지만 러브 스토리답지 않게 미스터리 구조도 가미했습니다. 물론 미스터리라고 해봐야 스릴러는 아닙니다. 왜지? 하고 아주 쪼~금 의문을 가질 정도입니다. 그것도 초반을 넘기면 바로 풀리는 미스터리지만 러브스토리가 미스터리 구조를 가졌다는 점만으로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러브레터는 뮤직 비디오와 TV드라마를 주로 찍던 감독 이와이 슌지가 연출한 최초의 극장용 장편영화입니다. 일본보다는 한국과 대만에서 더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한국과 대만 팬이 많습니다. 특히 여성 팬이 많습니다. 이와이 슌지가 미남이라 그럴지도 모릅니다. 감독치고는 아주 잘 생겨서 영화배우를 해도 될 정도의 외모입니다. 이와이 슌지를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그의 작품 중에는 소문에 비해 실망스러운 작품도 꽤 있습니다. 그러나 러브레터4월 이야기는 다릅니다. 이와이 슌지 특유의 서정적 영상미를 즐길 수 있고 재미도 있습니다. 그래서 꾸준히 사랑받는 영화입니다. 두 작품은 한국에서 여러 번 상영됐습니다. 러브레터는 작년 말에도 상영됐습니다. 만들어진 지 25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사랑받고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시작

카메라가 히로코의 얼굴을 클로즈업합니다. 눈바람 속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숨을 참고 있습니다. 얼마 후 '푸-' 하고 참던 숨을 내뱉고 일어납니다. 그리고 눈 덮인 하얀 산기슭을 걸어서 내려갑니다. 저 멀리 마을이 보이고 더 멀리 바다도 보입니다. 옛 크리스마스 카드에서나 봄직한 설경이 펼쳐집니다. 히로코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카메라는 장장 2분간의 롱테이크 샷을 가져갑니다. 클로즈업 샷으로 시작해서 익스트림 롱 샷으로 끝맺는 메인타이틀 씬입니다. 장소가 궁금해지는 아름다운 씬입니다. 영화 속 배경은 고베지만 촬영은 오타루덴구산 스키장에서 했다고 합니다. 

 

또 하나 멋진 씬

오겡끼데스까 씬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한 멋진 장면은 또 있습니다. 이츠키와 히로코의 첫 조우 씬입니다. 오타루 시내에서 이츠키의 자전거 동선을 따라가며 찍은 1분가량의 롱테이크 샷입니다. 멀리 자전거를 탄 이츠키가 보이고 우체통에서 편지를 부치면 살짝 카메라 앵글이 바뀌고 히로코의 뒷모습이 화면에 들어옵니다. 카메라는 다시 이츠키를 따라가고 화면에 다른 연기자들이 들어왔다 빠지면 자전거는 다가와 히로코를 스쳐 지나갑니다. 이렇게 이츠키 자전거의 긴 동선을 한 번의 컷도 없이 찍어냅니다. 합이 잘 맞아야 성공할 수 있는 롱 테이크 샷이라 몇 번 만에 성공했을지 궁금합니다. 요즘이야 기술이 발달해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처럼 영화 전체를 원 테이크 샷처럼 찍을 수도 있다지만 당시만 해도 롱테이크 샷은 훨씬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게다가 주연 배우 나카야마 미호를 1인 2역으로 한 샷에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더 복잡한 작업이었을 겁니다. 물론 대역을 썼고 자세히 보면 누가 대역인지 금방 알 수는 있습니다.

 

영화는 이 씬을 기점으로 이야기의 주체가 자연스럽게 히로코에서 이츠키로 넘어갑니다. 스쳐 지나가는 두 사람처럼 이야기의 주체도 서로 바뀝니다. 이 전에는 히로코가 영화를 이끌어갔다면 이후는 이츠키가 영화를 이끌어 갑니다. 

 

두 개의 사랑. 잊지 못하는 사랑과 잊혀진 사랑

영화는 두 개의 사랑을 보여줍니다. 히로코의 사랑과 이츠키의 사랑이 그것입니다. 히로코의 사랑은 잊어야 하지만 잊지 못하는 사랑이고 이츠키의 사랑은 사랑인지도 모른 채 지나쳐 버린 잊혀진 사랑입니다. 학창 시절 이츠키를 좋아하던 남학생은 감정 표현이 서툽니다. 기껏해야 괴롭히거나 무뚝뚝하게 대하는 게 다입니다. 당연히 이츠키는 눈치채지 못합니다. 세월이 지난  후에야 그것이 사랑인지 알게 되지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잃어버린 기억을 찾게 됩니다.  영화는 이츠키의 학창 시절을 아름답고 재밌게 그려냅니다. 마치 이와이 슌지 자신이 겪었던 학창 시절인 것처럼 사실적이고 생생합니다. 이츠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여배우 사카이 미키는 우리들의 첫사랑처럼 예쁘고 청순합니다. 남학생 역의 카시와바라 타카시는 잘 생겼지만 짓궂고 어리숙하긴 우리 학창시절과 같습니다. 

 

앞에서는 불평했지만 솔직히 고백하면 오겡끼데스까 씬을 빼고 이 영화를 논할 수는 없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영화의 대표 씬입니다. 영화 속 어떤 장면도 이를 대신할 순 없습니다. 멋진 설경 속 히로코의 외침. 아름답고 절절한 사랑이 느껴지는 장면입니다. 이런 건 우리 모두의 로망입니다. 실제상황이라면 춥고 콧물나고 얼어 죽을 지경이겠지만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로망입니다. 

 

영화 러브레터가 나오기 전까진 설경 하면  영화 닥터지바고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러브레터 영화가 나온 후에는 설경하면 오겡끼데스까 씬이 먼저 떠오릅니다. 영화 러브레터는 그렇게 닥터지바고를 대체했습니다. 그리고 아직 러브레터를 대체할 영화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러브레터 말고 겨울 하면 생각나는 영화로 뭐가 있을까요? 겨울왕국이요? 애니메이션을 실사와 비교할 수는 없지요.  설국열차요? 음..... 전 설국열차 하면 단백질 블록이 먼저 생각납니다. ○○○○로 만든 연양갱처럼 생긴 단백질 블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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